굳은 틈 사이에서 피어난 노래
물결치듯 굽이진 덩굴 사이로, 연보라 빛 등나무 한 송이가 길게 내려앉았습니다. 짙은 세월을 품은 줄기 위에 피어난 이 가녀린 꽃송이는, 마치 굳건한 삶의 무게 속에서 피어난 한 줄기 희망처럼 보입니다.
거친 나무결과는 달리, 꽃잎은 부드럽고 투명합니다. 굵은 덩굴은 서로를 감싸며 얽히고설킨 채 서 있고, 그 사이를 비집고 피어난 등나무는 한낱 바람에도 흔들릴 듯 가냘프지만, 그 존재감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줍니다.
햇살 한 자락 머금은 그 빛깔은 고요한 오후의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게 만듭니다. 자연은 늘 그랬듯,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, 조용히 제 자리를 지키며 피어나는 존재도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줍니다.
무언가를 이기려 하지 않고, 묵묵히 자신의 색을 담아 피는 꽃. 마치 늦은 시절을 살아가는 우리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. 화려하진 않지만, 그 속엔 지나온 시간과 온기를 품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.
그리하여 이 한 송이 등나무 꽃은 말없이 전합니다. 굳은 삶의 틈 사이에서도, 꽃은 피고 향은 번져간다고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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