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늘 위의 고요한 성채

하늘 위의 고요한 城砦

2025년 7월 평택 팽성의 오후, 아파트 마당에서 본 솜사탕 같은 여름 구름


맑게 갠 여름 하늘 아래, 솜을 한 아름 안은 듯한 흰구름이 둥글고 탐스럽게 피어올랐습니다. 바람도 쉬어가는 듯 고요한 하늘을 배경으로, 구름은 마치 누군가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빚은 듯한 형태로 하늘 가득 퍼져 있었습니다.


그 모습은 어린 시절 흘러간 기억처럼 정겹고 평화롭습니다. 들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여름날의 오후, 쏟아지는 햇살 아래 소리를 죽이며 피어오르던 하얀 구름떼가 떠오릅니다. 해가 비치면 눈부시게 반짝이고, 그림자가 지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 구름.


이 구름은 말없이 말합니다.

"바쁘지 않아도 괜찮다고,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된다고."


푸르른 하늘과 대비되는 뭉게구름의 순백은 세상의 복잡함을 덜어내고, 마음에 여유 한 줌을 안겨줍니다. 사람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아름다움 앞에서, 오늘 오후 나는 그저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.


이런 날, 하늘은 시 한 편보다 더 시적입니다.

오늘의 구름은 그 자체로 작은 위로였습니다.



《구름의 성채》

 

하늘 깊숙이

햇살을 품은 흰 구름이

조용히 꿈을 짓는다

 

말 한마디 없이도

그대 마음 머물게 하는

포근한 성채 하나

푸른 들판 위에 세운다

 

흩어질 듯 모이고

무거울 듯 가벼운 몸짓

바람조차 숨죽인 채

그 가장자리만 스친다

 

기억 속 어느 여름날

소나기 앞서 피어나던

그 하얀 풍경처럼

이 순간도 다시 오지 않으리

 

나는 고개 들어 바라본다

잠시 머문 이 아름다움이

지금 이 자리, 이 계절에

내 마음에 남기를




댓글

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

여름 하늘 아래 피어난 무궁화 한 송이

삶의 저녁에 피는 꽃

웃음 짓는 들판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