하늘 위의 고요한 성채
하늘 위의 고요한 城砦
맑게 갠 여름 하늘 아래, 솜을 한 아름 안은 듯한 흰구름이 둥글고 탐스럽게 피어올랐습니다. 바람도 쉬어가는 듯 고요한 하늘을 배경으로, 구름은 마치 누군가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빚은 듯한 형태로 하늘 가득 퍼져 있었습니다.
그 모습은 어린 시절 흘러간 기억처럼 정겹고 평화롭습니다. 들녘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던 여름날의 오후, 쏟아지는 햇살 아래 소리를 죽이며 피어오르던 하얀 구름떼가 떠오릅니다. 해가 비치면 눈부시게 반짝이고, 그림자가 지면 한 폭의 풍경화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 구름.
이 구름은 말없이 말합니다.
"바쁘지 않아도 괜찮다고,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된다고."
푸르른 하늘과 대비되는 뭉게구름의 순백은 세상의 복잡함을 덜어내고, 마음에 여유 한 줌을 안겨줍니다. 사람의 손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아름다움 앞에서, 오늘 오후 나는 그저 고개를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.
이런 날, 하늘은 시 한 편보다 더 시적입니다.
오늘의 구름은 그 자체로 작은 위로였습니다.
《구름의 성채》
하늘 깊숙이
햇살을 품은 흰 구름이
조용히 꿈을 짓는다
말 한마디 없이도
그대 마음 머물게 하는
포근한 성채 하나
푸른 들판 위에 세운다
흩어질 듯 모이고
무거울 듯 가벼운 몸짓
바람조차 숨죽인 채
그 가장자리만 스친다
기억 속 어느 여름날
소나기 앞서 피어나던
그 하얀 풍경처럼
이 순간도 다시 오지 않으리
나는 고개 들어 바라본다
잠시 머문 이 아름다움이
지금 이 자리, 이 계절에
내 마음에 남기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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